[노종언 엔터법정] 우리는 왜 연예인의 학교폭력에 분노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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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중학생 때 한 배우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글이 온라인에 올라왔다. 글쓴이는 실명을 밝히지 않았지만 일부 누리꾼은 출신 학교와 나이를 근거로 차예련을 지목했다. 소속사는 지난 4일에도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의혹의 진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연예인의 학교폭력 논란이 불거질 때면 누군가는 묻는다. 왜 수십 년 전 일을 이제야 꺼내느냐고. 2021년 ‘미스트롯2’에 출연한 가수 진달래에게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밝힌 시청자가 있었다. 그는 화면에서 진달래의 얼굴을 보는 순간 잊고 지낸 줄 알았던 2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고 썼다. 피해자에게는 TV를 켠 그날 다시 닥친 악몽이었다. 진달래는 사과하고 방송에서 하차했다. 학교폭력 사건을 상담하다 보면 같은 날 같은 교실에서 벌어진 일이 두 사람의 기억에 얼마나 다르게 남는지 절감한다. 가해 학생은 친구들과 한 장난쯤으로 여겨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올해 교육부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가해 이유로 가장 많이 나온 답도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30.6%)였다. 반면 어른이 되어서도 그때의 두려움에 시달리는 피해자가 있다. 영국에서 7771명을 추적한 연구에 따르면 어린 시절 괴롭힘을 겪은 이들은 쉰 살에도 또래보다 심리적 고통이 컸다.같은 일을 두고 기억이 이토록 다른 데는 교실 안의 힘 관계도 한몫한다. 2020년 그룹 블락비의 박경은 학교폭력을 사과하며 중학생 때 이른바 ‘노는 친구들’과 어울리면 아무도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 같았다고 했다. 한 아이가 무리에 섞여 안도하는 동안 다른 아이는 그 앞에 혼자 선다. 친했던 친구마저 눈치를 보며 따라 웃으면, 피해 학생은 제 편을 들어 줄 사람부터 잃는다. 어렵게 선생님에게 털어놓아도 다음 날이면 같은 교실 문을 열어야 한다. 입을 열었다가 더 심한 괴롭힘을 당할까 두려운 이유다.어른들이 개입한 뒤에는 어떨까. 학교폭력이 범죄에 해당해도 소년부는 가해 학생의 나이와 사안에 따라 수강명령이나 보호관찰 같은 보호처분을 내릴 수 있다. 잘못을 바로잡고 다시 살아갈 기회를 주자는 취지다. 하지만 선처를 구하는 학생에게 앞날이 있듯 피해 학생에게도 앞날이 있다. 가해 학생이 정해진 교육을 마쳤는지 확인하는 만큼, 피해 학생도 보복 걱정 없이 등교하는지, 필요한 치료와 상담을 받고 있는지 살폈을까.훗날 가해자가 연예인이 되면 대중은 그가 무대에 서기까지의 사연을 듣게 된다. 같은 교실에 있던 피해자가 어떤 세월을 보냈는지는 그가 직접 입을 열어야 비로소 알려진다. 2021년 한국리서치가 성인 1000명에게 물었을 때 29%가 학창 시절 학교폭력을 겪었다고 답했다. TV 앞에는 그 시절의 피해자도, 겁이 나서 친구가 당하는 일을 모른 체했던 사람도 앉아 있다.연예인에게 시청자의 호감은 광고와 출연 기회로 이어진다. 가해 사실이 밝혀지면 팬은 자신이 보낸 박수까지 돌아보게 된다. 한 사람은 여전히 상처를 견디는데 다른 한 사람은 내 응원에 힘입어 성공을 누렸다는 데서 오는 배신감이다. 뒤늦게라도 책임을 묻자는 목소리에는 그때 아무도 편들어 주지 않았던 아이 곁에 이제라도 서고 싶다는 마음이 담겨 있다.피해를 호소하는 이와 지목된 이의 말을 충분히 듣고, 개별 사건의 책임은 증거로 가려야 한다. 그리고 연예인의 과거에 기울이는 관심을 오늘의 교실에도 조금 나눴으면 한다. 지금도 내일 아침 제자리에 가서 앉는 일이 두려운 아이가 있다. 그 아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줄 어른을 만나는 데 20년이 걸려서는 안 된다.노종언 변호사 (법무법인 존재)▶저자 소개=노종언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시험 합격 후 현재 법무법인 존재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구하라, 박수홍, 오메가엑스, 선우은숙 사건 등 굵직한 연예계 분쟁을 수행한 엔터테인먼트 분쟁 전문가입니다. 다수의 사건을 수행하며 얻은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엔터테인먼트 법률 이슈에 대한 심도 있는 통찰을 제공합니다. 관련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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